레위기: 그가 부르신다 (Vayikra)
제3강 화목제 — 하나님과 이웃과 함께하는 잔치
샬롬과 셸라밈, 함께 나누는 식사에 담긴 하나님·이웃·공동체와의 화목을 살펴봅니다.
Leviticus 3:1-17이 글의 목차 2개
제3강 · 화목제
하나님과 이웃과 함께하는 잔치
우리 삶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평화롭게 교제할 때일 것입니다. 구약의 레위기에는 이러한 기쁨의 절정을 보여 주는 제사가 등장합니다. 바로 **화목제(Zebach Shelamim)**입니다.
1. 하나님과 사람이 함께 누리는 식탁
레위기에는 여러 제사가 등장합니다. 죄 사함을 위한 속죄제나 자신을 온전히 드리는 번제와 달리, 화목제는 독특한 특징을 가집니다.
그것은 바로 나눔입니다.
화목제는 제물을 드린 사람이 하나님께 일부를 바치고 나머지는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는 유일한 제사입니다.
다른 제사가 개인의 헌신이나 일상의 감사, 죄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둔다면 화목제는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잔치입니다.
하나님과 제사장, 그리고 예배자가 함께 평화를 누리는 식탁 교제입니다. 그래서 화목제는 인간이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고상한 예물이고 선물입니다.
2. 셸라밈과 샬롬의 의미
화목을 뜻하는 히브리어 **셸라밈(שְׁלָמִים, shelamim)**은 우리가 잘 아는 **샬롬(shalom)**의 복수형입니다.
우리는 흔히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의 샬롬은 훨씬 깊고 넓습니다.
샬롬은 다음 의미를 포함합니다.
- 온전함과 흠 없음
- 부족함 없음과 충만함
- 모두 다 마침
- 조화와 안녕
- 평화
- 깨어진 관계의 회복
성경은 샬롬의 개념을 여러 자리에서 사용합니다.
- 온전함과 흠 없음 — 레위기 3:1
- 온전한 저울 추 — 신명기 25:15
- 모든 일을 마치심 — 창세기 2:3
- 안녕 — 창세기 43:27
샬롬은 절대적이고 완벽한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인 개념입니다. 나와 하나님, 나와 다른 사람, 나와 환경 사이의 조화를 가리킵니다.
진정한 화목은 내면의 평안을 넘어, 하나님과의 관계가 온전해짐으로 이웃과 환경의 관계까지 온전해지는 상태입니다.
3. 제바흐, 함께 나누어 먹는 거룩한 식사
화목제에서 “제사”는 히브리어로 **제바흐(zebach)**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단순히 제단에 바치는 제물을 넘어 함께 나누는 식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Zebach: a meal eaten in company 함께 먹는 식사
번제는 제물을 제단 위에서 모두 태워 하나님께만 올려 드립니다. 화목제는 다릅니다.
- 기름은 하나님께 드립니다.
- 가슴과 뒷다리는 제사장에게 돌아갑니다.
- 나머지 고기는 제사를 드린 사람과 가족과 이웃이 함께 먹습니다.
하나님께 드림이라는 수직적 관계와 이웃과 함께 나눔이라는 수평적 관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제사입니다.
4. 개인의 평화에서 공동체의 잔치로
화목제는 혼자서 완성할 수 없습니다. 성경은 화목제를 공동체 식사로 보여 줍니다.
진정한 평화, 곧 샬롬은 나 혼자만 결핍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개인은 혼자서 완전한 행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참된 샬롬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기쁨을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만 생각하고 이웃과 기쁨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제사일 뿐입니다.
나의 감사와 기쁨이 공동체의 식탁으로 흘러넘칠 때, 그것이 진정한 화목제입니다.
5. 화목제의 종류와 하나님께 드리는 기름
화목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감사제(Todah)
감사제는 이미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응답으로 드리는 제사입니다. 질병이나 위험에서 구원받았을 때 드리며, 받은 은혜를 공동체 안에서 기쁨으로 나눕니다.
서원제(Neder)
서원제는 특별한 상황에서 하나님께 약속하고 드리는 제사입니다.
“이 일을 이루어 주시면 내가 이렇게 하겠습니다.”
간절한 기도와 연결된 헌신이며, 서원이 성취되면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자원제 또는 낙헌제(Nedavah)
자원제는 자발적인 사랑과 기쁨에서 나오는 헌신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우러나와 드리는 제물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기름
기름진 꼬리, 내장에 덮인 기름, 내장에 붙은 기름, 두 콩팥과 그 위의 기름, 간에 덮인 꺼풀 — 레위기 3:9-10
기름을 뜻하는 히브리어 **חֵלֶב(chelev)**은 동물의 가장 풍부한 영양가가 있는 부분으로 생명의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이 부분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인간의 힘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힘과 에너지를 자기 만족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며 하나님과 공동체를 위해 자원하여 제한하겠다는 표현입니다.
6. 왜 콩팥을 드리나요?
화목제에서는 콩팥 위의 기름만이 아니라 두 콩팥 자체를 모두 떼어 하나님께 드립니다.
탈무드는 사람 안의 두 콩팥을 하나는 선을, 다른 하나는 악을 조언하는 존재로 묘사합니다.1 콩팥은 단순한 신체 기관을 넘어 인간의 내적 선택과 도덕적 결단이 이루어지는 자리로 이해됩니다.
Rabbi Hirsch는 기름을 삶의 에너지와 활력으로, 콩팥을 그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 결정하는 중심으로 봅니다.
| 상징 | 의미 |
|---|---|
| 기름 | 삶의 에너지 |
| 콩팥 | 그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중심 |
콩팥을 드리는 것은 생명의 에너지뿐 아니라 그 에너지를 사용할 내면의 중심까지 하나님께 맡긴다는 뜻입니다.
7. 여호와께 드리는 음식, 식탁 교제의 신비
레위기 3장은 화목제를 **“여호와께 드리는 음식”**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여호와께 드리는 음식이라.” — 레위기 3:11
번제나 소제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향기로운 냄새”입니다. 그런데 유독 화목제만 “하나님의 음식”이라고 불립니다.
번제와 소제에서는 제물의 연기를 하나님이 기쁘게 맡으실 때 그것이 향기로운 냄새, 곧 레아흐 니호아흐가 됩니다. 하나님이 기쁘게 받아 주셨다는 표시입니다.
화목제에서 제물이 여호와께 드리는 음식이 되었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교제가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표시입니다.
이사 와서 옆집에 떡을 돌리는 장면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웃이 그 떡을 받으면 교제의 문이 열립니다. 화목제는 하나님이 예배자의 식탁에 함께하셔서 교제하신다는 놀라운 은혜의 표시입니다.
요한계시록 3장 20절의 말씀처럼, 주님은 우리에게 들어오셔서 우리와 더불어 먹고 마시기를 원하십니다.
8. 그리스도와 화목제물
번제는 나 자신을 온전히 하나님께 헌신하여 올려 드리는 제사입니다. 화목제물을 번제물 위에 올려놓는 것은 온전한 헌신 없이는 하나님이 주시는 샬롬이 내 안에 충만해질 수 없고, 그 평강이 다른 사람에게 흘러갈 수도 없음을 보여 줍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온전히 자신을 드릴 때 하나님께서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강을 허락하십니다.
번제물 위에 화목제물을 올려놓는 과정은 예수님의 사역도 보여 줍니다.
“보시옵소서 내가 하나님의 뜻을 행하러 왔나이다.” — 히브리서 10:7
예수님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번제물처럼 쏟아부으셨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온전히 드리신 후 우리의 영원한 화목제물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니…” — 요한일서 2:2
9. 화목제의 오늘날 적용
이미 충분한 사람이 드리는 예배
화목제는 이미 하나님 안에서 만족을 누리는 사람이 드리는 제사입니다.
나는 무엇이 부족해서 하나님께 나아갑니까? 아니면 하나님으로 인해 이미 만족하기 때문에 나아갑니까?
우리는 종종 불안하고 부족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찾습니다. 그것도 은혜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화목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화목제는 **“하나님 때문에 이미 충분한 사람이 드리는 예배”**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단지 필요한 분으로만 만나고 있습니까? 아니면 이미 충분한 분으로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함께 잔치 음식을 먹는 제사
화목제는 예배만 드리고 끝나는 제사가 아닙니다. 함께 먹고 나누고 기뻐하는 제사입니다.
우리는 예배만 드리고 흩어지는 공동체입니까? 아니면 삶을 나누는 공동체입니까?
화목제적 교회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 예배 후에도 서로의 삶을 묻고 나누는 교회
- 식사를 통해 관계를 깊게 만드는 교회
- 어려움이 있을 때 실제로 돕는 교회
- 기쁨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하는 교회
화목은 하나님 나라를 드러냅니다
N. T. Wright은 화목을 단순한 관계 회복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사건으로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십니다. 그것은 단순한 교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입니다.
교회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임한 표지판입니다. 우리의 삶은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가 세상의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주는 증인의 삶이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동물을 잡아 제사를 드리지 않지만 화목제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번제의 마음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고, 일상의 삶에서 감사의 소제를 드리며 살아갈 때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고백으로 나아갑니다.
그때 하나님을 귀한 손님(honored guest)으로 모시고 공동체의 식구들과 식탁을 나누시기를 축복합니다.2
